안녕하세요.
여러분은 '르라보' 라는 단어를 접하면
어떤 이미지가 생각나시나요?
저는 'ylang49' 라는 르라보 향수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향료 업계에서 근무를 하면서
정말 많은 향수를 접했지만
저에게는 유독 기억에 남는 브랜드인데요.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무슨 향수 쓰냐고 물어본 향수가 '르라보' 제품이거든요.
그때가 거의 7년 전인가, 정말 오래전인데
그래서 전 '르라보' 라는 브랜드를
모를 때였는데도 아직도 그 향이 생각나요.
정말 태어나서 처음 맡아보는 향이었거든요.
향수 이름에 들어가는 ylang-ylang의 향은
그 당시에도 이미 많이 맡아본 향이었는데
제가 생각하는 '일랑일랑'의 향기와는
전혀 다른 결이어서 이름을 듣고 좀 놀랐어요.
남자분이 뿌리셨었는데 굉장히 우디하고
흙스러운 냄새도 나고,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여름에 뿌리기 거부감이 느껴지는 향이 아니었어요.
심지어 이 향수는 '여성 향수'로 출시됐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향수' 만큼은
여성과 남성을 나눌 수 없는 분야라 생각해서
이 향수 역시 여성용이다, 남성용이다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르라보' 라는 브랜드에서는 여성용으로 출시했다고 하네요.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향이라 생각해요.
남성 향수에 많이 쓰이는 '우디노트'와
여성 향수에 많이 쓰이는' 화이트플로럴'의 조합이
잘 어우러진, 독특한 향수거든요.
그때 이후로 제 뇌리에 박힌 '르라보' 라는 브랜드는
당시에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최근에 지점을 많이 늘리고 백화점에도 많이 입점하면서
이제는 '니치향수'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 중 하나가 되었죠.
'르라보' 는 프랑스어로 실험실이라는 뜻으로 지었어요.
실제로 향수를 구매하면 매장에서 바로 조제를 해주고
인테리어로 매장 곳곳에 비커나 갈색 원료병 등을
비치해놓고, 실험하는 듯한 느낌을 조성하려고 노력했다고 해요.
그런 콘셉트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이만큼의 성공을 이루었지 않았나 싶어요.
개인적으로 '르라보' 는 '브랜딩' 을 잘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이전까지 없던 많은 것들을 시작했죠.
니치 향수 브랜드 중에서는 출발이 늦었다고 볼 수 있지만
성공에 있어서는 뒤처지지 않았어요.
어디서 만들었는지 출처가 불분명한 향수보다는
눈 앞에서 내가 고른 향수를 직접 만들어주는
(사실 직접 만든다기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향수 혼합이지만
어쨋든 이미지와 콘셉트 상으로는 완벽한)
나만을 위한 '퍼스널 향수'라는 이미지와
'전문성'을 더해주는 연구소 콘셉트의 인테리어가
성공을 이루는데 있어서 큰 역할을 했을 것 같아요.
'네이밍'도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직관적으로
해당 향수에 사용한 메인 원료와 사용 원료 개수를 조합하여
향수 이름으로 지었어요.
향수 이름만으로 어떤 향일지 추상적인 이미지를 상상하게 하는
다른 브랜드들과는 확연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어요.
흔하고 자극적인 기존의 향수 네이밍 스타일에
진절머리가 나서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상상하게 만드는 이름도 좋은데
주원료의 향이 나는지 향을 곰곰히 생각하게 만드는
'르라보' 스타일도 매력있는 것 같아요.
창업자가 다른 일을 하던 사람이 아니고 '조향'을 했고
향료 업계에서 일을 하면서 향료와 관련된 전반적인 디테일과
향료 마케팅도 겸했던 이들 둘이 만나 시작했기에
이런 브랜딩을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어느 업계든 브랜딩은 힘든만큼, 그들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성공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조향사와 마케팅 업무를 위해 다른 직원들을 고용하기도 하고
협업하기도 했지만, 이들이 가진 정체성과 브랜드 스토리에 대해서는
그들의 확실한 뜻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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